남한산성의 성곽 구조를 살펴보면 그 축성 방식이 과학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남한산성의 축성 방식이 어떤 점에서 과학적인지 구체적으로 알아보고자 한다. 더불어 전통적인 체성과 여장의 축성 기법과 비교하여 남한산성만의 특징적인 차이점을 분석해 보겠다.
과학적인 축성
남한산성은 산지지형을 이용한 편축성으로 축조함으로써, 성벽을 협축성으로 축조하는 것에 비해 축성에 소요되는 인력과 물자를 절반으로 줄이고, 축성기간도 획기적으로 줄이되 축성효과는 더욱 높은 축성방식을 택하였다. 편축성의 구조는 능선의 외사면을 이용하여 축조한 시설이어서 성내의 공간을 많이 확보하여 활용함으로써 병력의 신속한 배치와 이동, 그리고 병력의 은폐 등의 편의성은 협축성보다 오히려 우수하다. 또한 성벽 내부에 편축으로 인한 내부의 공간은 성곽 관련 시설을 마련하는데 편리하였다. 그 외 자연 지세를 따라 성곽을 축조하였기 때문에 성벽형태가 곡면을 이루게 됨으로써 방어에 유리하고, 성벽형태가 곡성이어서 별도의 치성을 마련하지 않아도 되었다. 남한산성은 전통적인 석축의 여장과 달리, 여장에 석재 대신 전돌을 사용하여 규격화하였고, 전돌에 강회줄눈을 사용함으로써, 여장 전체가 한 구체가 되게 축조함으로써, 적의 화포 공격에 잘 견딜 수 있는 구조로 하였다.
체성
성벽의 몸통에 해당되는 체성은 방어에 유리한 지형을 택해 매단 성돌을 수평되게 평축식으로 쌓았다. 체성의 높이와 기울기는 축성지점의 여건을 고려하여, 내측으로 성돌을 들여쌓기 하면서, 동시에 성돌이 뒤채움 돌과 서로 철저하게 물리게 축조함으로써 견고한 축성이 되게 하였다. 또한 축성에 사용된 성돌은 의도적으로 뒷 길이가 긴 장방형의 가공된 성돌을 사용함으로써 계획적인 축성이 가능하였고, 자재의 운반과 수리에 편리하도록 하였다. 성벽축조는 아래쪽에는 상대적으로 큰 규격의 성돌을 사용하고, 상부로 가면서 차츰 작은 부재를 사용하여 축조함으로써 외관상에도 안정감 있고, 아름다운 축성의 석적미를 보여주고 있다. 성돌을 축조해 올릴 때, 성석이 마치 한자의 “품(品)”자 형태로 축조해 올렸다. 이러한 축조형식은 성벽이 붕괴될 때 여러 원인이 있겠으나, 성벽의 일부가 탈락되어도, 맞댄 인접 성돌과 내부의 채움 돌이 서로 물려 있어, 전체가 무너지지 않고 잘 견디는 성벽구조로 되어 있다. 즉 일부 성돌이 훼철되어도 성돌이 서로 물고 있는 구조여서 성벽으로서의 기능이 유지되고, 수리시에도 부분적인 수리가 가능한 축성기법의 하나라 할 수 있다. 또한 성벽에 사용된 성돌은 그 형태가 일정한 범위의 크기로 장방형 형태로 가공한 성돌로, 성돌의 뒷 뿌리는 두께에 비해 3~4배 내외나 되는 긴 부재와 상대적으로 짧은 부재를 교축하여 사용함으로써 성벽의 내부에서 뒤채움돌과도 견고하게 물리게 축조함과 동시에 들여쌓기를 함으로써 성벽의 기울기가 안정되어 성벽의 견고함을 높였다.
여장
여장은 성벽 위에 마련된 낮은 담장형식의 시설을 말한다. 성벽 위에 이러한 여장시설의 기능은 적으로부터 아측의 활동을 은폐되게 하는 효과적인 방비를 위한 시설이다. 일반적인 여장은 대개 성벽에 사용된 성돌보다 다소 작은 석재로 조적한 형식으로 축조한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남한산성의 여장은 전돌을 위주로 하는 새로운 재료와 일부 전통의 깬돌을 적절히 혼용하여 사용하였다. 남한산성의 여장의 특징은 전돌과 강회를 함께 사용함으로써 여장 전체가 한 덩어리의 구조체가 됨으로써 적의 조총 또는 화포공격에도 잘 견디고, 석재로만 된 여장에서 생기는 석재의 비산이 없어 방어인력의 부상의 위엄도 없는 우수한 여장구조형식이다. 남한산성의 여장은 일반 산성에서 보이는 메쌓기로 된 석축의 여장과 축조재료와 방식에서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남한산성의 여장은 전체가 평여장의 형식인데, 여장 에는 타와 타구로 구성되어 있다. 타 구간에는 총안이 마련되었는데 중앙에 근총안 1개소와 그 좌우에 대칭되게 원총안 2개를 대칭되게 마련하여 원근의 접근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하였다. 또한 타구 구간에는 전통적으로 많이 활용하는 궁시 활용이 편리하도록 관측과 사격이 용이한 시설로 하였다. 남한산성의 여장은 기록상으로 1,940타가 마련되어 있었다고 하였다. 이를 현존 성곽 길이로 나누어 보면, 여장의 1구간 길이는 평균 3.8m 내외인데, 이는 축성위치와 지형여건에 따라 다소 차이를 보이는 곳도 있다. 또한 여장을 축조하는 주재료는 전돌로 하고, 그 외에 막돌 그리고 강회를 함께 사용하여 여장전체가 한 덩어리가 된 구조여서, 적의 화포공격에도 잘 견딜 수 있는 여장이었다. 또한 여장에는 전돌을 위주로 사용하여 규격화된 형식의 여장을 마련할 수 있었다.